S STORY
암 치료의 모든 것,
반드시 주치의와 상의해야
담도암 환자 위한 최선의 해법 탐색하는 최혜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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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는 담관암이라고 하고, 누구는 담도암이라고 하고. 안 그래도 생소한 암이데, 용어가 여럿이라 더 헷갈립니다.
담도와 담관은 담즙이 이동하는 길을 뜻한다고 보면 됩니다. 간에서 만들어진 담즙은 간내 담도를 통해 간바깥으로 배출된 뒤 담낭(쓸개)에 잠시 머무르다가 간외 담도를 거쳐 십이지장으로 들어갑니다. 바로 이 담즙의 이동 경로에 생기는 악성종양이 담도암입니다. 일반적으로 간 내부 담도에 생기는 간내 담도암, 간 입구에 발생하는 간문부 담도암, 간 바깥의 담도에 생기는 간외 담도암, 그리고 담낭암까지 모두 합쳐 담도암이라고 말합니다. 담도암의 발병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는 B형간염, C형간염, 담도 결석, 간흡충 감염, 비만, 선천적인 담도의 해부학적 문제, 만성 염증 등이 있으며, 흡연과 음주 또한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담낭암의 경우에도 담석과 용종이 위험 인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조기 발견율은 높은 편인지, 또 환자들은 어떤 증상을 겪게 되는지 궁금합니다.
증상은 담도암의 발생 위치와 침범 정도에 따라 다릅니다. 초기 단계일 때는 대부분의 환자에서 증상 없이, 혈액검사 이상으로 발견됩니다. 혈청빌리루빈, 알칼라인 포스파타아제, 감마글루타밀전이효소 등이 상승할 수 있습니다. 종양이 담도를 막으면 황달이 발생합니다. 황달이라고 하면 대개 얼굴이 노래진다고 생각하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황인종이어서 황달 초기에는 얼굴색으로 구분하기가 쉽지 않고, 보통 소변이 붉어지면 황달을 의심할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복통, 발열, 소화장애 등이 동반될 수 있습니다. 위암이나 대장암은 내시경이라는 효과적인 선별검사 방법이 있어서 국가암검진에도 포함되어 있지만, 안타깝게도 담도암은 조기 진단을 위한 검진 방법이 정립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진단 당시 종양이 주변을 침범해 있거나 다른 장기로 전이돼 있어서 수술이 불가능한 환자들이 많은 편입니다.
담도암은 예후가 나쁜 암으로 많이 알려져 있는데, 이유가 무엇인가요?
암 환자의 예후가 좋으려면 암을 조기 발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그다음에는 치료 옵션이 많아야 합니다. 그런데 앞서 이야기했듯이 담도암은 조기 발견이 쉽지 않다는 치명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게다가 우리나라를 비롯해 아시아에서는 비교적 많이 발생하는 편이지만, 서양에서는 발생 빈도가 낮아 항암제 개발을 주도하는 다국적 제약사들의 관심에서 많이 밀려나 있습니다. 그래서 다른 암에 비해 임상연구가 활발하지 않고, 효과가 입증된 치료 약제가 적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 의료진들의 지속적인 노력 덕분에 임상연구가 점차 증가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신약 개발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어 향후 담도암의 치료 성과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병기에 따라 치료 과정은 어떻게 달라지나요?
완치나 장기 생존을 위해서는 수술로 암을 절제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암의 위치와 크기, 주변 혈관과 장기의 침범 여부 등에 따라 수술 가능 여부와 절제 범위, 수술 방법 등이 달라집니다. 대개 간문부 담도암이나 간외 담도암은 담도뿐 아니라 간 또는 췌장까지 함께 절제해야 하므로 수술 범위가 굉장히 크고 복잡한 편입니다. 수술 후에는 재발 위험을 낮추기 위해 보조적 요법으로 항암치료를 시행합니다. 수술이 불가능한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 진행성 담도암에서는 항암치료가 중심이 됩니다.
담도암의 항암치료에는 주로 어떤 약들이 사용되나요?
현재 담도암에서 1차 치료제는 젬시타빈+시스플라틴이라는 세포독성항암제 2종류에 임핀지 또는 키트루다라는 면역항암제를 함께 사용하는 3제 요법이 가장 권장됩니다. 면역항암제를 추가했을 때 기존의 세포독성항암제 2제 요법에 비해 부작용은 그다지 늘지 않으면서 환자의 생존 기간을 연장한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입증되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임핀지를 사용하는 3제 요법 은 6개월 정도 항암치료를 시행한 다음, 세포독성항암제는 휴지기를 가지면서 임핀지만 유지요법으로 사용합니다. 잠시라도 환자들이 세포독성항암제의 부작용으로부터 자유로운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것이지요. 다만 현재 면역항암제가 비급여라서 경제적인 부담이 문제인데, 올해 안에 보험 적용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또 NGS(차세대염기서열분석, Next Generation Sequencing) 등 유전자검사에서 HER2, FGFR, IDH 유전자 변이가 발견되면 표적항암제를 사용하거나 이와 관련된 임상시험에 참여해 또 다른 치료 기회를 가질 수 있으므로, 암 진단 후에는 반드시 NGS를 포함한 유전자검사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담도암 환자들이 항암치료 중 특히 주의해야 할 증상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담도암 환자들이나 주치의를 가장 힘들게 하는 증상은 황달입니다. 특히 항암치료 중 호중구 감소증을 동반하면서 발생한 황달은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는 치명적 증상입니다. 질병이 악화되 면서 황달이 없던 환자들도 황달이 발생할 수 있고, 기존의 담도 스텐트가 막히면서 황달이 생기기도 합니다. 황달이 생기면 입원이 필요하며, 역행성 췌담도 내시경으로 막힌 담도에 스텐트를 새로 삽입하거나 교체, 또는 경피경간담즙배액술(PTBD)을 시행해 담즙 정체를 먼저 해결해야 합니다. 고열이나 오한을 동반하면서 패혈성 쇼크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이럴 때는 최대한 빨리 병원에 내원해야 합니다. 그 외에 항암제 부작용으로 호중구 감소증, 오심, 구토, 설사, 신경독성 등이 발생하므로 부작용 대처법을 미리 알아두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예후가 워낙 나쁘다고 알려진 데다가 황달 같은 고비도 발생 한다니, 환자의 약해진 마음을 파고드는 온갖 유혹도 많을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환자들이 암 진단을 받으면 인터넷 검색부터 합니다. 인터넷 환우 카페나 유튜브에 의존하는 환자들도 많고, 담도암에는 뭐가 좋다더라 하는 지인의 말이나 인터넷에 올라온 경험담을 주치의의 말보다 더 신뢰하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누가 어떤 방법으로 효과를 봤다는 이야기나 광고가 많지만,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또 특정 식품의 즙이라든가 건강식품을 복용하는 환자들도 많은데, 담도암으로 간기능이 약해진 환자들에서 간기능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어떤 식품이든 치료 방법이든 만약 그것이 임상시험을 통해 과학적으로 검증되었다면 이미 전문 의료기관에서 주치의가 처방을 하고 있을 겁니다. 그러니 ‘카더라’에 절대 현혹되지 말고, 암 치료와 관련된 모든 것들은 반드시 주치의와 상의해야 합니다. 그리고 유튜브를 비롯한 인터넷 정보는 세브란스병원이나 대한종양내과학회 같은 전문 의료기관의 공식 채널에서 내보내는 것들 위주로 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항암약물치료를 잘 견디는 힘, 체중 + 근력 -> 체력!
표적항암제와 면역항암제의 도입으로 담도암 환자들의 생존 기간이 연장되고 삶의 질이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그 효과가 제한적이어서 담도암의 항암치료는 세포독성항암제에 많은 부분을 의지할 수밖에 없다. 세포독성항암제는 부작용이 크기 때문에 항암치료를 잘 견디려면 체중과 근력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식욕부진, 오심, 구토 등으로 먹는 것과 움직이는 것이 힘들겠지만, 체중을 유지할 수 있도록 본인이 먹을 수 있는 맛있는 음식을 열심히 먹고, 근력 유지를 위해 빨리 걷기나 오르막길 걷기 등 꾸준한 운동을 가능하면 해야 한다. 본인의 의지로 고칠 수 있는 병은 아니지만, 적어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근치적 치료(수술 및 보조적 항암약물요법)가 끝난 환자는 암 재발을 막기 위한 식사와 운동을 해야 한다. 건강한 식단으로 골고루 먹고, 몸에 나쁜 음식을 먹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또한 중등도 강도의 유산소운동과 근력운동을 일주일에 5번은 하도록 한다. 체력을 기르는 데 쉬운 길은 없다. 이거 하나만 먹으면 해결된다는 유혹에 넘어가지 말자. 정석대로 노력하는 것이 최선이다.
최혜진 교수 종양내과
진료 분야 : 췌장암, 담도암, 간암의 항암약물치료 및 신약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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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 의학을 바탕으로 근거 기반의 표준치료를 제공하면서, 환자들이 보다 많은 치료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다양한 신약 임상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특별히 현재 의학 수준으로는 완치를 기대하기 어려운 4기 암 환자들에게 정확한 최신 정보로 현실적인 치료 희망을 주면서 동시에
환자들이 유한한 삶을 보다 의미 있게 지낼 수 있도록 도울 방법은 무엇일지 고민하며 해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마음 따듯한 의사다.
월간 <세브란스병원> 2025년 1월호
에디터 박준숙 포토그래퍼 최재인